제 21회 한-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은 로렌츠 아이히너(Lorenz C. Aichner)를 만났다. 2004년 독일 에르푸르트 예술극장에서 지휘자로 데뷔한 그는 현재 오스트리아 비엔나 Volksoper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Q. 처음 음악을 접한 순간은?
음악은 항상 우리 가족의 일부였다. 노래를 부르고, 피아노나 기타를 연주하곤 했다. 어렸을 때는 레코드판으로, 그 후에는 CD와 라디오로 음악을 들으며 클래식 음악과 가까워졌다. 나는 네 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음악의 길을 걷게 되었다.
Q. 음악가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은?
음악가가 되기로 결심할 순간은 없었다. 음악가의 길로 점점 이끌려갔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학 시절, 피아노 전공생이었던 나는 피아니스트가 아닌 지휘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의 에르푸르트 극장(Theatre Erfurt)에서 코레페티토어이자 음악 총감독의 조수로 시작했다.
Q. 유년기와 학창 시절은 어땠나?
정기적인 피아노 레슨을 받게 되면서 나의 많은 시간을 연습에 투자해야 했고, 의지가 뒤따라야 했다. 음악은 나에게도, 부모님과 현재 음악가로 활동 중인 형제들에게도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학교 생활과 연습을 병행해야 했기에 다른 취미 활동을 가질 시간은 많지 않았다.
Q. 본인에게 지휘란?
피아니스트로서의 나는 건반 위에서 홀로 된 느낌을 자주 받았다. 다른 음악가와의 교류도 음악에 대한 이해도 뭔가 아쉬웠다. 지휘자로서의 나는 내가 이해한 음악을 전달하면서도, 리허설 과정에서 그 음악에 대한 다른 해석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Q. 좋은 지휘자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훌륭한 지휘자는 여러 방면으로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건 지휘자로서의 능력이다. 그것이 부족하다면 결국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그 다음으로는 사교술과 지도력이 필요하다. 같은 음악가로서 모든 오케스트라 단원들과의 상호 존중과 수용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Q. 한국에서 Volksoper 오케스트라와 여러번 연주를 가졌다. 한국에서의 경험은 어땠는가?
한국을 세 번이나 방문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한국 사람들과 나눴던 문화적인 교류는 매우 인상깊었다. 현대 생활과 잘 어울러진 과거의 지혜와 삶의 방식은 아름다웠다. 한국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따뜻함과 훌륭한 음식은 특히 좋았다.
Q. 전 세계에서 온 음악가들과 함께하면서, 그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비결은?
음악이란 만국 공통어이다. 전 세계 어디서든 음악은 이해된다. 어떤 언어로도 이렇게 적은 “단어”를 사용해서 많은 것을 설명하고, 또 그것을 가지고 각자 다른 해석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음악의 특징은 서로 다른 문화의 오케스트라와 협력할 때 크게 발휘된다. 그러한 만남을 통해 새로운 견해를 배울 수 있는 것은 음악의 가장 아름다운 점이다.
Q. 이번 한-오스트리아 필하모닉 연주 프로그램은?
다가오는 연주회에서 작곡가 이용범의 관현악곡의 초연된다. 이어서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을 연주한다. 나 역시 피아니스트로 시작했기에, 이 곡이 특히 기대된다. 2부에서는 Mahler의 “Lieder eines fahrenden Gesellen”를 바리톤 Rafael Fingerlos와 함께한다. 마지막 곡은 F. Poulenc의 Sinfonietta이다. 풍부한 화성과 발랄하면서도 동시에 심오한 멋진 작품이다.
Q. 향후 계획은?
이번 시즌에는 Volksoper 오케스트라 일정 외에도 Niederösterreichische Tonkünstlerorchester 와 함께할 계획이다. 새해 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Q. 음악을 전공하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모든 학생들이 문화 교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듣고, 배우고, 실천하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된다. 음악 분야가 아니라도 마찬가지이다.
글 이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