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계 기별 –
이 時代의 名盤
오늘에도 역사는 흐르고, 흐르는 역사 속 인류의 위대한 순간순간이 도처에서 기록된다. 역사의 흐름 속에 기억될, 서양고전음악의 역사에 길이 남을 오늘날의 연주가 음반과 영상으로 간행되니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JOHN WILLIAMS IN VIENNA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거장 존 윌리암스가 지난 1월 빈을 찾았다. 그는 음악협회에서 빈필을 지휘하며 자신의 곡을 연주하는 것을 필생의 버킷리스트라 했었고, 마침내 18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지휘대에 올랐다. 스스로 빈필과 함께한 이 공연을 “인생 최대의 영광”이라 논했다. 사실, 이 영화계의 큰 어른과 빈필의 공연은 재작년 11월에 기획되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취소되었었다. 그러나 재차 기획되었고,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일가를 이룬 안네-소피 무터가 또한 함께 하게 되었다.
<해리포터> <이티> <쥬라기 공원> <쉰들러 리스트> <인디아나 존스> 그리고 <스타워즈> 등 하나같이 인류 영화사에 남을 명곡들을, 그를 작곡한 이 생애의 말로에 역사적인 공간에서 위대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더불어 어우러진 순간이었다. 공연 사이사이에 직접 마이크를 들어 작품과 얽힌 일화를 말하기도 했다.
또한 이 공연은 존 윌리암스의 유럽 대륙 데뷔 무대였으며, 이 어른의 춘추를 고려하면 적어도 빈에서의 공연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내다본다. 행히 녹음과 촬영을 거쳤고, 음반사 Deutsche Grammophon에서 LP와 CD, 블루레이로 8월 14일에 출시예정이라고 한다.
영화 <쥬라기 공원>의 주제곡과 마지막 앵콜곡이었던 <Imperial March>의 영상을 함께 첨부한다.
Salzburg Festival 2019: Bernard Haitink conducts Beethoven and Bruckner
작년 여름 팔월의 마지막 날,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또한 서양음악사에 기억될 공연이 있었다. 90세의 老음악가가 생애 마지막 피날레를 울린, 지휘자 베르나르드 하이팅크의 은퇴공연이 될 루체른 페스티벌서의 공연을 앞둔 잘츠부르크에서의 마지막 연주가 그것이다.
네덜란드 출신의 음악가인 하이팅크는 65년의 커리어를 이끌어 오며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로열 오페라 하우스, 런던심포니, 시카고심포니,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 베를린필과 빈필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며 특히 말러와 브루크너 탁월한 해석을 선보였다. 그러한 육십여 년의 지휘활동을 끝맺을 곡으로써 그는 브루크너의 일곱 번째 교향곡을 택했다.
이날 앞서 연주된 곡으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에 피아니스트 엠마누엘 악스가 솔로를 맡아, 시적이며 어려운 기교로 이름난 이 곡을 온화하게 풀어낸 악스의 해석이 또한 자못 훌륭하다.
이어 연주된 브루크너의 7번 교향곡, 그 첫 음의 떨림은 모든 감각기관을 음악 그 자체로 몰입되게 한다. 지팡이 짚으며 들어선 노지휘자의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손짓에 빈필은 한 음 한 음, 한 악장 한 악장 웅혼하고도 초연하게 연주해 나간다. 장년의 지휘에서 보이던 그 힘참은 찾기 어려웠고, 교향곡의 총보는 펴지도 않은 채 이따금 살며시 손 올려 기대거나 때때로 지휘대에 기대어 지휘하는 모습은 청자를 음악과 더불어 만감이 교차하게 한다.
저 세월의 무정함과 이 곡의 웅장함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것인지도, 브루크너가 이 곡을 통하여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리하르트 바그너의 부고를 전해 듣고 완성했다는 두 번째 악장에 이르러선 어느 누구도 심장 요동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죽음이란 것을 머지않게 앞에 두고, 평생 동안 나아갔던 음악가의 길, 그 마지막을 장엄할 순간과 공간 속에 울려 퍼진 찰나의 예술. 그 찰나의 순간이 영상으로 기록되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마지막 레코딩으로도 유명한 빈필과의 브루크너 7번과 더불어 이 영상을 그 해석의 백미로 꼽고 싶다. 브루크너를 안다면, 그의 음악을 좋아한다면, 저 웅혼한 맛을 즐길 줄 안다면 필히 완상해야할 연주이다.
빈필은 이 공연을 기점으로 마에스트로를 명예회원(Ehrenmitglied der Wiener Philharmoniker)으로 임명했다.
마에스트로 베르나르드 하이팅크의 고별 무대, 그 마지막 순간, 마지막 노트를 지휘하는 영상을 함께 첨부한다.
100 Jahre Salzburger Festspiele
1920년 8월 22일, 호프만슈탈의 <Jedermann>으로 서막을 올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오는 8월 일백년의 역사를 맞이한다. 그 100주년을 기념할 음반이 Deutsche Grammophon사에서 발매될 예정이다. 명실공히 유럽 최고의 문화축제이자 세계 최고의 음악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역사적 음반들을 한데 모았다.
빈필과 베를린필, 지휘에 카를 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레너드 번스타인, 게오르그 솔티, 클라우디오 아바도, 리카르도 무티와 독주에 알프레드 브렌델, 그리고리 소콜로프, 마르타 아르헤리치, 안네-소피 무터 등 오페라와 콘서트 그리고 리사이틀 등의 공연을 다채롭게 구성하여 쉰여덟 장의 CD에 담았다. 7월 31일 발매 예정.
글 三樂(삼락) 박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