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특집 인터뷰 –
신축년, 민족의 대명절 설을 맞이하여 김종기 한인원로회 회장님과 임창노 한인연합회 회장님, 두 분을 모시고 오스트리아 한인들에 새해 인사와 덕담을 전하고자 인터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본래, 원로회장님께 직접 찾아뵙고 새해 인사 올리며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으나, 여전히 엄중한 시국으로 인해 한인회 사무실로 뫼시고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울러, 재오한인 코로나19 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현 시국의 중추적 역할을 하시고 계신 황병진 한인연합회 부회장님과도 특별히 화상을 통해 함께 담화를 나누었다. 먼저 사무실로 좌정하신 두 분께선 옛 기억들을 회상하시면서도 오늘의 그리고 내일의 한인사회에 대한 담론을 이어 가셨다.
먼저, 공사다망하신 와중에도 불구하고 귀한 시간 내어 주시어 대단히 감사합니다. 신축년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시옵고, 더욱 강녕하신 한 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지난 한 해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여느 해보다 힘겹고 다사다난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나 한 단체의 장으로서 지난해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김종기 원로회장 :
자녀와 손자손녀들이 스위스와 독일 레바논에 흩어져 있어 직접적으로 만나기가 어려우니 다소 아쉬운 한 해를 보내야 했습니다. 얼마전 레바논에 한 달여 동안 지내고서 오가면서는 현 시국의 엄중함을 실감 나게 느끼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엔, 김운하 고문님에 이어 한인원로회 회장직을 달리 맡아 주실 분이 없다 하시어 마지못해 회장직을 맡았습니다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원로분들과 자주 만나 뵙지 못하고 서로의 안부만을 챙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임창노 힌인회장 :
한인연합회는 지난 2020년간 많은 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하거나 취소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 굴하지 않고, 모든 한인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인 재오한인 홈페이지를 개선해 왔으며 나아가 방역용 마스크를 공동구매하고 코로나19 대책위원회를 설립하여 한인사회의 방역에 또한 힘쓰는 등 미비하지만 전력을 다해 맡은 소임을 이행해 왔습니다. 이에 또한 많은 한인분들께서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아낌없는 후원과 성원을 보내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황병진 한인회 부회장 :
저는 개인적으로 문우회 활동을 하면서 화상을 통한 수업과 작품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더불어, 정보 교환과 회원 간의 연대를 강화하는 보람을 느끼며 지냈습니다. 무엇보다 내년 문우회의 창단 10주년을 맞이할 준비로, 문학의 밤 행사와 문집 발간을 통하여 한글 문학이 먼 이국의 땅에서도 생동한다는 것을 선사하고 싶어 한인동포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회원들과 함께 힘쓰며 지내고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의 여파로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한인동포들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사려됩니다. 코로나19로 맞이한 오늘의 시국을 넘어서, 한인들이 오스트리아 사회에서 나아갈 방향과 역할에 대한 세 분의 고견을 청하고 싶습니다.
김종기 원로회장 :
과거는 부모를 통하여 연결되고, 미래는 자식을 통해서 연결된다는 격언으로 운을 띄고 싶습니다. 초대 원로 어르신들의 인덕으로 형성된 한인사회를 잘 이어 받아, 내 가족 내 자식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대대로 이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조국을 떠나 먼 이국의 땅에서 맞닿은 인연들과 서로서로 아끼는 마음으로 더불고, 내려오는 전통을 잘 이어받아 함께 나아가다 보면 분명 다시 좋은 날을 맞이할 것입니다. 나아가, 오스트리아에서 누리는 자유와 풍요, 복지 등 오스트리아의 문화와 정책을 배워 한국에도 적절히 적응시킨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임창노 힌인회장 :
원로회장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지혜로운 어른들의 뜻과 전통을 잘 이어 받들고, 어른을 공경하는 모범을 보여 후대에게 귀감이 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자 지향할 방향 중 하나이라 생각합니다.
황병진 한인회 부회장 :
특히나 지난해엔 코로나 바이러스로 적지 않은 교민들이 신체적으로나 심적으로 많이 지치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2020년을 잃어버린 해로 생각하지 말고, 우리의 몸과 마음을 더욱 경건히 가다듬었다 생각하면서, 신축년에 신성한 그 기운 그대로 하루하루 희망으로 펼쳐나가는 나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지난해, 재오한인 코로나19 대책위원회가 원로회의 발의와 연합회의 발족으로 창설되었습니다. 황병진 부회장님께서 대책위원장이란 중추적 역할을 맡아 주셨는데 한 해 동안의 운영은 어떠하셨는지,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지 여쭙습니다.
황병진 한인회 부회장 :
대책위원장이란 직책을 맡고서 교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 공부해 가며 준비를 했었습니다. 교민 중에서 확진자가 나왔을 당시엔 열흘 동안 서로 연락 하면서 매일 증상을 확인하고, 불편한 점이나 필요한 것은 없는지, 자가격리가 끝난 후에도 통상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끝까지 도움을 드리고자 노력했습니다. 외로도, 어린 자녀들에게 어떻게 주위를 주면 좋겠냐는 질의에 답해주기도 했으며, 오스트리아 정부의 방역 지침을 한 가지라도 신속히 전하고자 부영사님과 연락하며 확인하는 등 대사관과 연합회의 협업에도 힘썼습니다.
앞으로도 수시로 변동되는 사항을 놓치지 않고 체크하여 한 사람의 동포라도 피해보는 분 없이 종식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차후의 백신 공급 계획에도 맞춰 많은 교민들이 제때에 접종을 받을 수 있게끔, 신속히 관련 정보를 알릴 예정입니다. 지나고 보니 한인들께서 방역수칙을 잘 지키시어 동포사회 내에서는 큰 피해가 없었던 것 같아 뿌듯하고도 자랑스럽습니다. 이는 또한 원로들께서 제안해 주시고 모범을 보이시어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함을 전합니다.
덧붙여 대책위원장을 지내면서 느끼고 한인들에 꼭 전하고 싶은 것은, 첫째로 스스로 너무 위축되지 말고 겁내지 말라는 것입니다. 조심하는 것과 위축되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것과 이겨내며 살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몸과 마음을 튼튼히 하시라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둘째로 확진자에 대한 선입견을 일부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인들은 방역수칙에 철저한 만큼 확진자에 대한 선입견도 강한 측면이 있습니다. 지나친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같이 협조하고 같이 살아간다는 의의를 되새기어, 숨기거나 부끄러워하는 사례가 없어진다면 한인사회 내 코로나 방역에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습니다.
김종기 원로회장 :
저희 원로들은 항상 부회장님의 노고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건강 유념하시며 직무에 임하시길 당부드립니다.
임창노 힌인회장 :
원로회의 지혜로운 제안으로 대책위원회가 창설되어 많은 한인들이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한 위원회의 막중한 직무를 기꺼이 맡아주시어 한인회장으로서도 대단히 감사한 마음입니다. 올 7,8월 시국이 진정되길 기대하면서도, 2021년도 내내 대책위원회의 중추적 역할이 필수적일 것이라 예상됩니다. 시국이 진정될 때까지 수고해 주시길 부탁드리면서, 한인회 차원에서도 물심양면으로 협조해 드릴 것을 다시 한번 약속드립니다.
김종기 원로회장님께, 한인원로회의 지난 내력과 올해 계획에 대해 여쭙습니다.
김종기 원로회장 :
이 인터뷰를 제안 받고서 이런저런 자료들을 뒤적이며 오스트리아에 와 자리 잡고 살아온 한인들의 발자취를 저 나름으로 돌이켜 보았습니다. 고무신 신고 배를 타고서 여기 오스트리아에 오신 원로부터 오늘날 한인사회의 어른 역할을 하시는 원로분들, 현재의 원로회가 있기 이전의 원로 모임 명단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그를 통해 본 한인원로회가 설립된 뜻을 되뇌여 보기도 했습니다. 원로회의 역할은 무엇보다 원로분들간 서로의 건강을 챙기며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며, 훗날 한인사회를 이끌어 갈 어린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하는 일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뜻깊은 사업이라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보람된 일들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면서도, 우리나라의 유구한 전통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늙어 가는 것이 아닌 익어 간다는 뜻을 몸소 보여 내고 싶습니다. 날이 따뜻해지고 시국이 나아지면 원로들을 모시고서 함께 나들이도 가고, 한가위와 설과 같은 명절도 더불어 보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임창노 한인회장님께, 한인연합회의 지난 경력과 올해 계획에 대해 여쭙습니다.
임창노 힌인회장 :
지난 2020년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정상적인 한인회 운영을 할 수 없었습니다. 교민들이 함께 더부는 많은 행사들을 취소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해야만 했었지요. 그렇지만 한편으론 못해 왔던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한인연합회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한층 업그레이드하고, 이를 통해 교민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데에 주력한 바 있습니다. 각 한인 단체들의 소식을 모아 전하고, 나아가 역사적 자료를 수집하여 후대 한인들에 전해질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도 게시해 가고 있습니다.
업그레이드된 홈페이지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운영될 수 있도록 해 놓는 것이 올해 중점을 둔 사업계획 중 하나입니다. 이를테면, 홈페이지에 한 공간을 마련하여 여러 한식당의 새로운 메뉴나 여타 한인업체의 새로운 제품의 정보를 교류하며 한인사회의 경제가 또한 더욱 활발해 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 중에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 시국이 완화되는 때를 기점으로 올해를 상반기 하반기로 나누어 한인회 사업을 진척시켜 가려 합니다. 상반기에는 특별히 허보강 신부님과 얼마전 작고하신 하마리아 여사님의 삶을 조명하여, 일생의 많은 시간을 한국의 이웃과 함께한 두 분을 기리는 작업을 한인연합회 차원에서 해 나가려 합니다.
하반기에는 진정되어 가는 국면에 발맞춰 광복절 체육대회와 가곡의 밤 그리고 송년의 밤 등의 행사가 차질 없이 진행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지난 8일 온라인으로 치러진 신년음악회와 같이 한인문화회관 등의 한인단체와도 협업하며 다른 주요 행사들도 슬기롭게 치러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코로나19 대책위원회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 될 때까지 함께 대처해 갈 계획입니다.
코로나19 대책위원회와 같이, 한인원로회와 한인연합회가 더불어 나아갈 또 다른 구상이나 계획이 있을련지요?
김종기 원로회장 :
지난해 원로회의 제언으로 창설된 코로나19 대책위원회가 원만히 운영되고, 몇 일 전 온라인을 통해 개최된 신년음악회 등, 엄중한 시국에도 한인연합회를 현명히 이끌고 계신 데에 원로회를 대표하여 감사함을 전합니다.
한 가지 아이디어를 덧붙이자면, 오스트리아의 한인 원로들이 한데 모이는 경로잔치와 같은 자리에 그 해 태어난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하며, 세대를 뛰어 넘어 같이 더불 수 있는 행사가 또한 치러지길 바라봅니다. 한민족 혈통을 가진 아이라면 누구든지 말이지요. 그를 통해 오스트리아 한인사회의 영속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임창노 힌인회장 :
한인동포가 한데 어울려 한인사회를 이끌어 가는 데 있어서, 한인들의 한인들에 의한 한인들을 위한 공동체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흐름이 지속되는 것이 또한 중요하지요. 제가 맡은 회장직의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에 강점을 두어 맡은 바 역할을 다하고자 합니다.
그를 위해서, 33대 한인회장직을 역임하신 김종기 원로회장님을 비롯하여 현재 오스트리아에 계신 모든 전 한인연합회장님들을 모시고 ‘전 회장단 모임’을 가지는 것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 모임을 통해 현직에 있는 한인연합회에도 자문을 드리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현재 역점을 두고 진행 중인 역사적 자료를 수집하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등 한인사회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계획 중에 있습니다.
비엔나 한인사회는 세계각지의 어느 한인사회보다 최고로 모범적이라 자부합니다. 그러한 내력과 전통은 바로 원로 어른들께서 오랫동안 만들고 유지해 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전통이 후대의 한인사회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원로 어르신들을 잘 모시며 함께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끝으로, 김종기 원로회장님께 한인들에 전하실 새해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종기 원로회장 :
올 신축년은 흰 소의 해라고 하지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라며 소와 가까이 지낸 추억 서린 기억들이 있습니다. 소는 어리석은 듯하면서도 신중하고 착실하여 여느 동물들보다 우직하지요.
소와 관련된 옛 격언으로, 호시우행(虎視牛行)이란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범처럼 용맹히 바라보고 소처럼 우직히 행동하라는 뜻으로, 예리하고 명확하게 사물을 통찰하며 성실하고 신중하게 만사에 임함을 의미합니다.
코로나로 인한 시국은 분명 지나갈 것입니다. 그러한 희망과 함께, 호시우행의 격언처럼 한 발 한 발 더불어 나아가는 교민사회가 되기를 바라면서, 원로회의 한 일원으로서도 그 역할을 다할 것을 함께 전하고 싶습니다. 신축년 새해에 모두 복 많이 받으시고,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글 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