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뒤따른 제재가 유럽 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속속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에너지와 원자재를 공급해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 지리적으로 붙어있고,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유럽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전쟁 전부터 심상치 않았던 물가 상승률은 전쟁을 계기로 가속화하고, 러시아에 의존해온 에너지에서 자립하려다 보니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떨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경제의 한 축을 지탱하는 독일의 3월 물가상승률이 7.3%를 기록하면서 1990년 초 통일 후 최고를 기록했다고 dpa 통신이 30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는 이란·이라크 전쟁이 한창이었던 1981년 11월 7.3%(서독 기준) 이후 40여년만의 최고 상승률이라고 쥐트도이체자이퉁(SZ)이 보도했다.’
스페인 국립통계연구소 INE도 이날 3월 물가상승률을 9.8%로 잠정 집계하면서 1985년 5월 이후 약 37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INE는 전기와 연료 가격이 급등하고,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식료품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물가가 이처럼 치솟았다고 분석했다.
영국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제대로 반영되기도 전인 2월 물가상승률은 6.2%로 1992년 3월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았다고 통계청이 발표했다.
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경제 성장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른다.
독일 정부의 경제 자문단은 독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4.6%에서 이날 1.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자문단은 성명에서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생산 감소와 높은 물가상승률이 동반하는 불황을 수반한다”며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중단에 대비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스트리아 중앙은행도 우크라이나에서 상황이 나빠지면 최악의 경우 올해 물가상승률은 9%로 올라가고, 경제성장률은 0.4%로 쪼그라든다는 전망을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키프로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전쟁이 길어질수록, 비용은 커질 것”이라며 “유럽 경제가 더 불리한 시나리오를 마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CB는 유럽 경제가 물가는 치솟는데 경제는 성장하지 않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늪에 빠질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최근 경제지표들은 달라 보인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진단했다.
유럽 각국 정부는 이처럼 물가가 급등하는 주된 원인은 치솟는 전기, 가스, 석유 등 에너지 가격 인상에 있다고 보고 민생 안정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영국은 앞으로 5년간 내야 하는 전기 요금에서 500파운드(약 30만원)를 깎아주기로 했고, 프랑스는 전기 요금 인상을 4%로 제한하기로 했다.
독일은 통근자 등에게 45억유로(약 6조원) 상당의 세금을 감면해주고, 스페인은 연료 가격을 리터 당 20센트 할인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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