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 비엔나 카스그라벤 성당에서 200여 조객 참석으로 장례 미사 엄수

지난 8일 별세한 고(故) 정창식 박사의 영결식이 21일 오전 10시, 비엔나 19구에 위치한 카스그라벤 성당에서 엄수됐다. 향년 92세. 1934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본업인 의사 외에도 비엔나 한글학교 초대 이사장 및 교장,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 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 오스트리아 한인과학기술자협회 초대 회장, 오스트리아 한인원로회 회장 등으로 활동하며 오스트리아 한인 사회의 대표 석학이자 최고의 지성으로 지대한 공로를 남겼다.
정창식 박사는 대구 대성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중 유학을 권유 받고 1961년, 스물일곱의 나이에 빈 국립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하며 오스트리아와 연을 맺었다. 1969년 의학 박사 학위 취득, 1971년 오스트리아 의사협회 가정의 면허 취득, 1975년 산부인과 전문의 면허 취득 후 오스트리아 니더외스트라이히주 미스텔바흐 도립병원 산부인과 부과장 역임, 1980년부터는 개인 병원을 열어 지역민을 위해 훌륭하고 따뜻한 의술을 펼쳐 왔다.
1995년 정치·경제·사회·교육·학술분야 유공자에게 수여하는 대한민국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한 바 있는 고인은 여러 한인 관련 단체(한인연합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한인천주교회 사목회, 한인과학기술자협회, 한인원로회 등)의 수장을 맡아 오스트리아 한인 사회가 단단하게 정착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1980년 10월 비엔나 한글학교를 설립해 1989년까지 초대 이사장이자 교장을 지내며 한국에 뿌리를 둔 오스트리아 거주 아이들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공부할 수 있는 배움의 터전을 닦은 것은 44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고인의 뜻을 받들어 한인천주교회장으로 치러진 장례 미사는 한인천주교회 성가대(반주: 송시웅)의 위령 찬송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라”로 시작되었다. 집전은 세바스티안 라이터 신부와 한인천주교회 양정환 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공동으로 맡았다.




양정환 신부는 강론을 통하여 “프란치스코 형제님이 오스트리아 한인 사회에서 기둥 같은 존재셨다고 들었습니다. 인간의 집단 안에서 기둥 같은 존재가 된다는 것은 그저 오래 살았다거나 첫 번째로 왔기 때문일 수는 없습니다. 시간이든 재물이든 아끼지 않고 사람들에게 내어주고 희생하고 또 연륜과 학식으로 잘못을 바로잡고 좋은 방향과 미래를 제시해 줄 수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형제님은 많은 한인들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요 모범이 되는 분으로서 사셨습니다.”며 “참 지혜는 아는 것이 많아서 가르치려 드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삶으로 드러내는 것이고 참 신앙인의 지혜는 자신이 아는 것보다 하느님의 뜻을 헤아려 그것을 살아내는 것입니다. 모든 덕목 중에 가장 기본이며 가장 중요한 겸손의 덕을 지니신 형제님은 이미 신앙인으로서 지혜로운 삶을 사셨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프란치스코 형제님을 보내드리며 우리도 우리의 마지막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내가 떠날 때 사람들은 무엇을 말할지 어떻게 생각할지 예상해 보면서 우리의 남은 삶을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형제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마지막 선물이고 가장 중요한 선물이 될 것입니다.”며 깊이 애도했다.
반려자로 고인과 60여 년을 함께한 서혜숙 박사는 정창식 박사가 새해를 맞이하여 한인 공동체를 위하여 쓴 글을 읽는 것으로 고인의 고별 인사를 대신했다. (*고 정창식 박사가 남긴 2025년 신년 소감)








고인의 마지막 길은 피아니스트 송시웅, 오보이스트 이훈송, 바수니스트 유정민의 연주로 쥘 마스네(Jules Massenet)의 애가(Elegie)가 애절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유족과 오스트리아 동료 의사들 및 한인 사회 인사 200여 명이 함께 배웅했다.
이현정 주오스트리아 한국대사관 공사, 김성대 주오스트리아 한국대사관 부영사, 이덕호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 회장, 김종민 한글학교 이사장, 김종기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 상임고문과 부인 최차남 전 오스트리아 간호협회 회장, 손광웅 전 오스트리아 한인원로회 회장과 부인 손명숙 전 비엔나 여성합창단 회장, 강대식 현 오스트리아 한인원로회 회장과 부인 이계자 여사, 지대하 전 오스트리아 한인원로회 회장과 부인 이희진 전통요리연구협회 회장, 소병근 화백과 부인 황병진 오스트리아 한인문우회 회장, 이상경 전 빈 대학교 교수 부부, 김운하 새로운 한국 사장과 김충자 부사장, 이상광 전 성균관 대학교 교수 부부, 한만욱 민주평통 오스트리아 지회장 부부, 천영숙 간호협회 회장, 오덕희 GCC브룬 부회장, 정양순 한인문화회관 부관장, 임창노 전 한글학교 이사장, 김태형 한인골프협회 회장, 김광철 전 오스트리아 태권도 협회장, 정은숙 비엔나 한인여성합창단 단장, 유순원 전 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 회계이사, 조성규 안중근 의사 숭모회 오스트리아 지회장, 손진희 오스트리아 한인의사협회 회장, 조아라 전 오스트리아 한인의사협회 회장, 박건영 영산그룹 오스트리아 법인장, 한글학교 김태희 교장과 주임 교사들, 한인천주교회 신도들 등 수많은 교민들이 카스그라벤 교회 근처 그린칭거 묘지까지 동행해 하관식에 한 줌 흙을 보태며 고인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서혜숙 박사, 아들 정 토마스, 딸 정 크리스티네, 외손자 야닉, 외손녀 말루가 있다. 서혜숙 박사는 “폐렴으로 고생은 하셨지만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쁜 웃음을 머금고 편안하게 돌아가셨다. 유언은 달리 남기지 않으셨다”고 전하며 생전 한인 사회를 아끼고 사랑했던 고인의 뜻을 가슴 깊이 새기고 계속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60여 년 동안 오스트리아 한인 사회를 지탱해 주던 거목이자 참 스승으로 자리했던 정창식 박사. 고인이 이곳에 남긴 큰 족적은 한글학교와 함께 모든 교민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기사제공: 새로운 한국 오스트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