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에서 40여 년간 한센인들을 돌보며 ‘소록도 천사’로 알려진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가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88세의 나이로 향년하였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한 병원에서 급성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한 마가렛 간호사의 별세 소식은 30일에 천주교 광주대교구 김연준 신부를 통해 알려졌다.
고인은 폴란드 출생이지만 오스트리아 국적을 가진 간호사로, 그녀는 인스브루크 간호학교를 졸업한 후에 구호 단체인 다미안재단을 통해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 파견되었다. 공식 파견 기간이 끝난 후에도 마가렛 피사렉씨는 소록도에 머무르며 자원봉사자로 한센인들을 돌봤다.
그러나 건강이 악화하자 2005년 11월, 그녀는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는 편지를 남기고 조용히 오스트리아로 귀국했다.
마가렛 피사렉씨는 1962년부터 2005년까지 소록도에서 함께 봉사한 마리안느 스퇴거 간호사와 함께 한국 정부로부터 1972년 국민훈장, 1983년 대통령표창, 1996년 국민훈장 모란장 등 다수의 영예를 받았다.
마가렛과 마리안느는 한국을 떠난 후에도 소록도 주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으며 한국의 한인 커뮤니티에 기여했다. 국립 소록도병원은 이들이 살던 집을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렉의 집’으로 명명했다.
2016년, 국립 소록도병원은 이들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려 했으나 건강 이유로 마리안느만 소록도를 방문할 수 있었다.
현재는 김연준 신부가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설립하고,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제작하며 그녀들의 이야기를 더 널리 알리고 있다.
마가렛 피사렉씨의 동료 마리안느는 그녀가 일찍 세상을 떠난 것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하느님과 더 가까이 가게 된 그녀가 부럽다”고 말했다.